[펌]전원주택이 펜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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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Date
2010-02-06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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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전원주택은 언젠가 펜션이 된다" |
아시아경제 2010-02-06 11:00:00 |
시골길을 지나다 한적한 마을에 예쁜 집이라도 있어 구경이라도 하겠다며 문을 두드리면 집구경은 기본이고 따뜻한 차에 전원생활 이야기도 보따리로 들을 수 있다. 찾아오는 사람이 반갑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본다. 도시에 살다 전원주택 짓고 시골로 온 사람들 중에는 손님 맞는 일로 지치는 사람들도 있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친구나 친지도 일 년에 몇 번 정도야 기쁨이고 전원생활의 재미며 활력소가 되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다니러 오면 그것도 짐이 된다.
어떤 이들은 "전원생활 하다 보니 삼겹살 먹기도 지겨워진다"고도 하는데 주말마다 다니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같이 삼겹살을 들고 와 숯불구이를 하는 바람에 같이 먹어주는 것도 곤욕이란 얘기다. 손님들이야 오랜만의 일이지만 그것을 치르는 주인 입장은 지난 주에 먹은 삼겹살을 또 먹어야 하는 일상이다. 그래서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잘 하려면 숯불구이 실력도 좋아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주인 내외 모두 사람을 좋아하다보니 주말이면 친구와 친지들이 찾아와 손님들로 집은 늘 분주했다. 남들은 한적하고 심심하다는 시골생활이지만 이들에게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여름 휴가철은 아예 손님들이 진을 치고 살았다.
그렇게 복닥거리며 몇 번의 휴가철을 보내고 난 후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손님 치르는 것이 무서워진 것이다. 다음 해 부터 휴가철이면 정작 본인들이 짐을 싸서 울릉도로 휴가를 떠났다가 휴가철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한 펜션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가 붙었다. 우선 지칠 정도로 수시로 찾아오던 손님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그 자리를 펜션 고객이 채워나갔다. 당연히 수입도 생겼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여름 한철만 열심히 펜션 손님들과 지내고 나면 두 부부가 시골에 살며 한해 풍족히 쓸 만큼의 생활비는 너끈히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손님이 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이다. 서비스를 한 만큼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 짓고 살면서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청소라도 제대로 하고 가면 그래도 괜찮지만 뒷생각 없이 어질러 놓고 가면 화도 낸다. 애지중지 가꾼 정원이 망가지거나 집에 흠집이 생기면 엄청나게 속상해 한다.
그렇게 덜컥 펜션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펜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방만 꾸며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좋아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엄청 스트레스만 받다가 그만 둔다.
이 때 방법은 있다. 기회주의 펜션을 하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전원주택으로 사용하다 휴가철이나 손님이 온다고 할 때 부분적으로 집을 펜션처럼 활용하면 된다. 수입도 짭짤하다.
그러려면 전원주택을 지을 때 아예 내가 사는 집이 언젠가는 펜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것이 좋다. 주인과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별도의 방을 꾸며 놓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전원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아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